물, 꼭 많이 마셔야 좋습니까?

“하루에 물 2ℓ 이상은 꼭 마시세요. 피부도 촉촉해지고, 장 운동을 촉진해 변비를 해소할 수 있고, 다이어트 효과까지 볼 수 있습니다.” 라는 말은 건강에 특별히 관심이 크신 분들이 많이 듣는 말입니다.

일명 <물 건강법>은 돈도 들지 않고 부작용도 없을 듯 해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하루 종일 물병을 들고 사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정말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을까요? 우리 몸은 오장 육부가 활동할 때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세균에 감염되면 열이 발생합니다.

자동차 운행 중에도 엔진은 열을 발생시키는데 이 엔진의 열을 냉각수를 이용하여 식혀야만 차량을 고장없이 잘 유지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몸도 여러가지 이유로 체내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혀서 체온 조절을 잘하기 위한 물을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장 육부가 같은 양의 활동을 해도 다른 사람보다 열이 더 많이 나는 사람이 있는데, 소위 열이 많은 사람은 그만큼 갈증도 더 많이 나고 물도 더 필요로 하게 됩니다.

몸이 지나치게 찬 사람들은 몸 안에 남아 도는 물로 인해 <담음>이 비위에 머무르게 되며 이런 분들이 물을 많이 마시게 되면 속이 미식거리고 구역질이 나는 <수역> 증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사상의학에서는 소음인이 병에 걸렸을 때 찬물을 먹을 수 있는 정도라면 병이 가벼운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몸이 찬 사람이 지나치게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합니다. 촉촉한 피부를 위해 일부러 물을 많이 마시는 분들이 있는데, 수분이 피부 표피층까지 잘 도달하려면 수분대사가 활발해야 한다고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수분을 피부까지 잘 도달하게 하는 것은 비장과 폐라고 합니다. 비장은 몸에 흡수된 영양분을 소화, 순환, 대사 기능을 통해 몸 구석 구석으로 전달하게 하며, 이 비장이 전달하는 영양분을 피부 표피층까지 잘 도달하게 하는 것은 폐의 기능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피부로 숨을 쉰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폐의 기운이 잘 소통 되어야 피부 표피층까지 수분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 진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비장이 약할 때는 소화 기능이 떨어지고 몸도 차가워지며, 폐가 약할 때는 폐의 찬 기운으로 인해 피부도 같이 긴장 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물을 마셔서 피부를 촉촉하게 하는 것은 단순히 물을 많이 마셨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몸의 수분 대사에 관여하는 장부의 기능이 원활할 때 가능한 것이지요. 우리 몸에 수분 부족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물은 반드시 잘 챙겨 드셔야 하겠지만 <하루에 8잔 이상 드세요>라는 식으로 누구든 언제나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약간의 무리가 있습니다. 우리 몸이 불편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자주 자주 조금씩 천천히 물을 마시는 것이 가장 좋은 물 마시는 방법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Daniel Kim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