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치료

요즈음TV를 보면, 이온수기라고 불리는 기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알칼리수의 효능을 알리는 광고가 많습니다. 광고 내용대로라면, 이 장치를 통해 만들어지는 알칼리수가 만병 통치약처럼 들립니다. 게다가 이런 광고에 솔깃해하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보면서, 과학과 의학이 이처럼 발전한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불로장생의 비약이 있을 것으로 믿었던 진시황처럼 물이 만병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을 것으로 믿는 이들이 많다는데 대해 놀랐습니다. 동양 의학에서는 물을 구별해서 썼는데 동의보감에서는 물을 33종으로 나누어 물의 성질과 용도를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새벽에 제일 먼저 길은 물을 정화수라 하였고 이 물은 약을 다리고 개고 마시는데 쓴다고 하였습니다. 국화로 덮인 못이나 수원지의 물을 국화수라 하였는데 이물은 중풍으로 마비가 된 몸, 어지러움증을 다스리며 몸의 쇠약함을 보하여주며 오래 마시면 장수하고 늙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또 정월에 내리는 빗물을 받아 놓은 것을 춘우수라 하였는데 그릇에 담아 두었다가 약을 달여 먹으면 기운이 솟으며 부부가 각각 한 잔씩 마시고 합방하면 신효하게 잉태한다고 하였습니다.

다소 주술적이고 민간 요법 수준의 의학이지만 물의 근원이나 지역 또는 시간적으로 물의 효능이 다르다고 파악하여 구별해서 쓰도록 하였고 비록 효능이 있는 물일지라도 만병 통치의 효능이 있다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성경에는 이스라엘의 적국인 아람국의 제 2인자 나아만 장군이 나병에 걸리자 종으로 잡혀온 한 소녀가 알려준 대로 선견자 엘리사를 찾게 됩니다. 우여곡절이 있지만 엘리사의 지시에 따라 요르단 강물에 일곱번 몸을 씻은 후 그의 나병이 치료되었다는 기록을 볼 수 있습니다.

예루살렘 동남쪽에 실로암이라는 연못이 있습니다. 유다 히스기야왕 때 적국 앗수르의 공격에 대비하여 성 밖에 있는 기혼샘에서부터 지하 수로를 건설하여 성벽 안으로 물을 끌여 들여 만든 못인데 백성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식수원이었습니다. 예수께서 소경으로 태어난 어떤 사람을 이 실로암 못의 물로 씻게하여 눈을 뜨게 한사건으로 유명합니다. 두 사건 모두 물에 씻어서 불치의 병이 치료되는 기적이 일어났지만 그 물이 특별한 효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나아만 장군 외에 그 누구도 요르단 강물에 씻어서 나병을 고친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성경에는 기적적으로 병을 치료하는 기록이 수 없이 많지만 물을 먹고서 병이 치료되었다는 기록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오히려 마라의 쓴 물처럼 먹어서 해가 돠는 물이 있다는 기록은 찾을 수 있습니다. 물에서 치료 효능을 찾는 노력보다 해로운 물을 먹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현명하리라고 생각됩니다.

Daniel Kim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