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동양사상

동양 사상은 음양오행 사상으로부터 비롯되었는데 오행을 이루는 목, 화, 토, 금, 수의 다섯 가지 요소가 음양의 원리에 따라 우주와 만물을 생성하게 하고 소멸하게 한다는 사상입니다. 음양오행에서 음과 양을 상징하는 체계가 바로 물과 불이며 불은 밝음, 뜨거움, 열정, 상향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반면 물은 맑음, 차가움, 이성, 하향적인 것을 의미합니다. 동양 사상에서는 물을 바탕으로 한 사상과 철학이 특히 세분화되고 발전하였습니다.

수리 시설을 잘하여 홍수와 가뭄을 막는 치수를 정치의 근본 역할로 여겼는데 맹자는 물이 항상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백성은 인으로 모여 든다고 설파하였습니다. 물의 흐름처럼 백성의 품으로 내려가 더불어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또 인간의 선한 품성은 아래로 흐르듯 이와 같은 이치를 따라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자는 도덕경을 통해 사람이 나아가는 목표와 방향을 물을 통해 제시했는데, 강과 바다가 백개의 계곡물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은 항상 겸손을 잊지 않고 스스로를 낮추는 자세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물의 선함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아니하며 만인이 싫어하는 곳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품으로 끌어 안는다는 것을 도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공자는 “모든 곳으로 퍼져 나가고 모든 것에 생명을 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물은 덕(德)과 같고 아래로 흐르면서 꾸불꾸불 돌지만 항상 같은 원리를 따르는 물의 흐름은 의(義)와 같으며 솟아올라 결코 마르지 않고 흐르는 것은 도(道)와 같다.

물을 거치거나 물에 들어가 선명해지고 정화되는 것은 마치 선하게 되는 것 같으며 만 번이나 꺾여 흐르지만 항상 동쪽으로 흘러가는 것은 마치 지(志)와 같다”며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삼았던 군자도 물을 모범으로 삼았습니다. 순자는 물의 평평함과 법의 공평성을 동일시했습니다. 맑고 고요한 물은 청정한 마음을 상징하기도 하였으며, 세상을 비추는 거울로 삼기도 합니다. 장자 ‘물이 고요할 때에는 사람의 수염과 눈썹을 또렷하게 비춘다… 성인의 마음이 맑으면 그것은 하늘과 땅의 거울이 되고 만물의 거울이 된다. 비어 있고 고요하며 무미건조하고 담담하며 특색이 없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표준으로 행동하는 하늘과 땅의 척도이고 도와 덕의 정점이다.’라고 설파했습다.

동양사상은 자기를 닦는 일을 시작과 끝으로 삼았습니다. 스스로를 갈고 닦는 모습으로 물만한 상징을 찾을 수 있을까요? 남의 오물을 닦아주며 스스로는 더러움에 처하고 또 그 더러움마저 자정시키는 물의 속성은 삶의 태도로부터 치세의 원리까지 사람이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이었던 셈입니다. 동양에서의 물은 언제나 신비롭고 성스럽습니다.

모든 생명을 길러 내면서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으며 양보를 미덕으로 갖추었지만 바위를 뚫을 큰 힘을 갖춘 외유내강의 존재이자 스스로 맑아지며 아래로 흘러 바다를 이루는 존재로 인식했습니다. 동양의 물은 단순히 자연의 일부가 아닌 삶의 근원을 보여주는 표상이자 우주의 원리를 설명하는 상징물입니다.

Daniel Kim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