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의학

‘미국 의사협회지’는 세계 3대 의학잡지에 속하는데 이런 대단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의학자 중 나이가 가장 어린 사람은 바로 콜로라도에 살던 에밀리이며, 이 소녀가 초등학교 4학년 때 과학 전시회에서 발표한 과제를 열한 살 때인 1998년 미의사협회지에 게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접촉 치료’라는 것이 인기를 끌었는데 환자의 에너지장 교정을 통해 수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사람에게 ‘에너지장’이 있다는 것도 쉽게 믿기 어렵지만, 치료사가 환자를 만지지도 않은 채 자신의 두 손바닥으로 환자의 에너지장을 변화시켜 두통, 관절염, 자폐증, 천식은 물론 알츠하이머병, 발작, 뇌경색까지 호전시킬 수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접촉 치료사들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나선 것은 고명한 의학자들이 아니라, 간호사인 엄마에게서 이런 저런 얘기를 들은 에밀리였습니다. 학교 과학 전시회를 준비하던 이 소녀는 접촉 치료사들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해보는 것을 주제로 삼기로 했습니다. 치료사와 에밀리 사이에 막을 친 다음, 눈을 감은 치료사가 에밀리의 손이 오른쪽에 있는지 왼쪽에 있는지 맞출 수 있는지 확인하기로 한 것인데 접촉 치료사들이 에너지장을 감지하고 교정할 수 있다면 당연히 에밀리의 손이 어느 쪽에 있는지 눈을 감고도 맞출 수 있어야 합니다. 에밀리는 동전을 던져 어느 쪽으로 자신의 손을 옮길 것인지를 정했고, 한 치료사에게 열 번씩 반복하여 손의 위치를 맞추게 했습니다. 15명의 치료사가 연구에 참여했으며 에밀리의 손 위치를 맞춘 것은 평균 4.67회로서 50%에도 미치지 못했고, 이로써 접촉 치료사들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연구를 마친 에밀리는 이 결과를 학교 과학 전시회에 내걸었고, 이 독특한 연구가 알려지자 한 방송국의 제안으로 다시 검증 시험을 했으며13명의 치료사가 참여했지만 평균 4.08회로 정답률이 처음보다 더 낮았습니다. 결국 에밀리의 연구는 몇 년 후 미의사협회지에 게재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접촉 치료법은 아홉 살 소녀 에밀리가 구현한 과학에게 완패하는 바람에 설 자리를 잃었지만, 아직도 우리 한인 사회에는 특정 음식이나 물이 만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처럼 선전하는 광고들이 난무하고 있으며 그들의 말을 쉽게 믿고 따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알칼리수, 미네랄수, 수소수하며 여러 사람이 치료 효과를 보았다는 소문 또는 쇼 닥터들이 설치는 방송 프로그램을 들어서 과학적인 치료 방법인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해 왔지만 이런 것들이 바로 가짜 의학인 것입니다. 물은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물질 일뿐 그 자체가 치료 효능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 과학입니다.

Daniel Kim
CEO